“아빠도 육아휴직을 써봐.”
이 말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 집도 그랬어요. 맞벌이를 하며 번갈아 가며 육아휴직을 쓰기로 한 우리 부부. 초등학교 2학년 큰아이와 2살 꼬마를 함께 키우는 현실 속에서, 정말 치열하고도 따뜻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요즘 저는 퇴사한 지 3개월 차, 실직 상태로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아빠의 육아 참여가 큰 힘이 되어주지만, 현실은 이상과 많이 다르더군요. 오늘은 우리 집의 상황에 빗대어 아빠의 육아참여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육아휴직, 아빠도 가능은 하지만 현실은 ‘도전’의 연속
처음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조금은 안심이 됐어요. “드디어 나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겠구나!” 기대했죠.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어요.
아빠의 육아휴직은 여전히 회사에서는 ‘특별한 선택’으로 여겨지고, 주변의 시선도 부담스러웠습니다. 남편 역시 처음엔 휴직을 요청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다고 해요. 그래도 아이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용기 냈죠.
막상 육아휴직이 시작되고 나서도 어려움은 이어졌어요. 일단 남편이 육아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아이들과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기저귀 갈아주는 타이밍이나 아이들 간식시간을 챙기는 타이밍이 엄마들 처럼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아빠에겐 처음 발을 디딘 육아의 세계가 혼란 그 자체였죠.
그래도 서툰 손으로 우는 둘째를 안아주고, 어린이집 픽업을 다녀온 아빠의 얼굴엔 분명 책임감이 묻어나 있었어요. 조금씩 성장하는 아빠의 모습은 분명 고마웠습니다.
2. 공동 육아가 가능하려면 ‘역할 나눔’보다 ‘마음 나눔’이 먼저
“나는 이만큼 했는데, 당신은 왜 안 해?”
공동 육아에서 자주 부딪히는 말이에요. 육아는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데도, 자꾸 점수 매기게 되더라고요.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도 ‘나만큼은 못해’라는 마음이 무의식중에 들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따지고 들기 시작하면 마음이 점점 멀어지죠.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예 육아 업무를 ‘분담’보다 ‘공유’ 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네 일, 내 일”이 아니라, “오늘 아이가 울었을 때 어떻게 달래줬어?”, “이 반찬은 좋아하더라”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그 과정을 통해 남편도 점점 아이의 리듬을 이해하고, 저도 남편을 ‘도와주는 사람’이 아닌 ‘함께하는 사람’으로 다시 보게 되었어요.
물론, 감정이 폭발할 때도 있었어요. 육아로 지친 하루 끝에 “왜 그렇게 했어?” 하는 말 한마디에 서로 날이 서기도 했고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방법’이 아닌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우리 둘 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같으니까요.
3. 엄마의 퇴사와 실직, 그리고 아빠 육아 참여가 내게 준 변화
현재 저는 퇴사한 지 3개월,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퇴사는 제 선택이었지만, 솔직히 말해 매일이 불안했어요.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무력해지는 느낌’도 들었죠. 하지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제 마음도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표정, 사소한 말투, 하루의 리듬을 온전히 알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빠가 육아에 적극 참여해주니, 저도 혼자 육아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어요. 누군가 나와 같은 무게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큰 위로였거든요.
이 시기를 지나며 저는 '엄마'로서뿐 아니라 ‘나 자신’으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남편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더 이상 '도와주는 아빠'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진짜 육아 동반자가 되었어요. 육아휴직이라는 제도가 단순히 ‘쉴 권리’가 아니라 가족의 삶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된 셈입니다.
결론
아빠의 육아휴직, 그리고 공동 육아. 말처럼 쉽지 않았고, 여전히 시행착오도 많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분명 소중한 변화의 시간이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육아의 고단함과 기쁨을 나누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 두 사람 모두가 곁에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었어요.
지금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 혹은 실직 후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분들께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당신의 오늘은 결코 헛되지 않다.”
지금 우리가 보내는 하루하루는 아이의 기억 속에서 평생 따뜻한 온기로 남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함께라서 더 강한 부모랍니다. 💛